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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천장이 뱅글뱅글 도는 느낌, 저도 처음엔 뇌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실려 응급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단명은 후반고리관 이석증.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은 잠깐 쉬면 낫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그냥 두면 절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실감했습니다.

비디오안진검사, 생각보다 훨씬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권유한 검사가 비디오안진검사(VNG, Video Nystagmography)였습니다. 여기서 VNG란 환자의 눈에 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특수 고글을 씌운 뒤, 특정 자세를 취하게 했을 때 나타나는 안진(眼振), 즉 눈의 비정상적인 떨림 반응을 자동으로 포착하여 이석이 어느 반고리관에 들어가 있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검사입니다. 저는 처음에 VR 기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착용하고 눕는 순간 절대 VR 게임처럼 재미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검사는 제가 진단받은 후반고리관 이석증의 경우, 몸을 45도 틀어 빠르게 눕히는 딕스-홀파이크 검사(Dix-Hallpike test)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쉽게 말해, 특정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눕혔을 때 눈에 회전성 안진이 나타나는지 보는 건데, 저는 검사대에 눕는 순간 세상이 통째로 돌아가는 것 같은 어지럼증과 함께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검사 전에 "좀 어지러울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정도가 아니었거든요. 검사 내내 구토를 참는 것이 검사 자체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검사 결과, 제 이석은 내이(內耳)의 세 개 반고리관 중 후반고리관에 자리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이란 귀의 가장 안쪽 구조물로, 소리를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前庭器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정기관 안의 이석기관에 붙어 있던 작은 탄산칼슘 결정, 즉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뇌에 잘못된 회전 신호를 보내는 것이 이석증의 본질입니다. 결국 뇌가 문제인 게 아니라 귀 안의 돌멩이 조각이 문제였던 셈입니다.
- 비디오안진검사(VNG): 특수 고글 착용 후 자세 변환 시 눈의 떨림(안진) 반응을 측정하여 이석 위치를 특정
- 후반고리관 이석증 진단: 딕스-홀파이크 검사로 특정 자세에서 회전성 안진 여부 확인
- 가쪽 반고리관 이석증 진단: 롤 테스트(Roll test)로 좌우 머리 회전 시 안진의 방향과 강도를 비교하여 이석 위치를 판단
- 검사 중 어지럼증과 구역감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의료진은 이러한 반응과 안진의 양상을 함께 평가하여 진단합니다.
에플리치료법 후 재발, 그래서 관리가 더 중요했습니다
진단이 끝나자마자 바로 에플리 수기(Epley maneuver)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에플리 수기란 의사가 환자의 머리와 몸을 특정 각도로 단계적으로 회전시키면서 반고리관 안에서 떠돌던 이석을 이석기관 쪽으로 이동시키는 도수 치료법입니다. 각 자세에서 어지럼증과 안진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치료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어지럼증이 왔는데, 그래도 '이게 낫는 과정이다'라는 걸 알고 있으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치료를 마친 후 의사 선생님은 습관화 운동법도 함께 병행하라고 했습니다. 습관화 운동법이란 브란트-다로프 운동(Brandt-Daroff exercise)처럼 특정 자세를 반복적으로 연습함으로써 어지럼증에 대한 적응을 돕는 재활 방법입니다. 다만 운동의 필요성과 방법은 이석증의 유형과 현재 증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에플리치료법 한 번이면 대부분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치료를 잘 마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운전 중에 좌측을 빠르게 확인하고 앞을 돌아보는 순간 잔상과 함께 어지럼증, 메스꺼움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깜짝 놀라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재발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일 때 갑자기 움직이기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재발률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으며, 개인의 연령이나 기저질환, 이석증의 유형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재발률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는 담당 의료진의 설명과 자신의 증상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 관리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갑작스럽게 고개를 움직이는 동작을 줄이고,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무리하지 않고 진료를 받는 것입니다. 비타민D와 이석증 재발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있지만, 비타민D 보충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결핍 여부 등을 의료진과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석증이면 무조건 입원해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이석증은 입원이 반드시 필요한 질환은 아니며, 많은 경우 외래에서 진료와 자세검사, 이석정복술 등의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저도 당일 진단과 치료를 받고 귀가했습니다. 다만 구토가 심하거나 탈수 위험이 있거나, 혼자 걷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이석증인데 뇌 MRI도 찍어야 하나요?
A. 저도 처음엔 뇌 이상을 의심했기 때문에 이 질문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전형적인 이석증의 경우에는 병력과 자세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는 경우가 많아 MRI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지럼증과 함께 심한 두통, 복시,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는 증상 등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되거나 의료진이 다른 원인을 의심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에플리치료법 한 번으로 완치가 되나요?
A. 많은 경우 한두 차례의 이석정복술로 증상이 크게 호전될 수 있지만, 이석의 위치나 유형에 따라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료 후에도 어지럼이나 불안정감이 지속되거나 다시 심한 회전성 어지럼이 나타난다면 의료진의 재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이석증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석증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재발이 의심되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무리해서 운전하거나 혼자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재발이 잦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증의 유형과 원인을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정재활치료 등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이석증은 치료 자체보다 "이게 뇌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빨리 알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저처럼 갑자기 천장이 도는 듯한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을 경험한다면 무리해서 움직이기보다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증상이 전형적인 이석증과 비슷하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 발생한 심한 어지럼증이라면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순한 어지럼증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치료 후에도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면 무조건 참기보다는 의료진에게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증상이라고 생각했던 어지럼증이 일상생활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 글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경험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세요.
“비타민D 결핍과 이석증 재발의 관련성을 보고한 연구가 있으며,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 보충이 재발 감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별 필요 여부는 혈액검사와 의료진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